기타등등
그냥 얻은 36번의 선거
mindfree
2010. 5. 31. 21:02
지난 한 달 가량 내 트위터의 타임라인에는 지방선거와 관련된 내용이 수시로 올라왔다. 5월의 끄트머리로 갈수록 빈도수가 많아지더니, 급기야는 타임라인의 절반 이상이 지방선거에 대한 이야기이거나 최소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물론 그 시간 동안 나도 내 팔로어의 타임라인에 지방선거에 대한 트윗을 꽤나 자주 올렸다. 그럼에도 내 블로그에 선거에 대한 내용을 쓰지는 않았다. 뭐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내가 시사에 밝은 사람도 아니고, 정치나 선거와 관련해서 블로그에 언급할만큼 할 말이 많지도 않아서이다.
그러다가 오늘. 민노씨네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RSS 리더로 받아보고는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끄덕 끄덕 하고 읽어내려가다 턱 숨이 막힌 것은 글 아래에 나열된 수없이 많은 블로거들의 이름을 접하고 나서였다. 단순히 이름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 옆에 일일이 그 블로거에 대한 짤막한 메모까지 붙여놓은 세심함.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끝이 나는 그 긴 목록에 내 이름(물론 내 실제 이름은 아니지만, 적어도 블로거로서는 내 실제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이 mindfree라는 이름이다)이 포함되어 있다는 건 적어도 민노씨가 얼마나 절절한 마음이었는지를 말해준다. 놀이의 성격이 짙은 여느 트랙백 릴레이와는 달리 이번 포스트는 최대한 많은 이들이 참여해주길 원했기에 그리도 긴 목록을 만들지 않았을까.
결정적인 한 방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서 맞았다. 컴퓨터 전원을 켜고 부팅하는 동안 습관처럼 아이폰으로 트위터에 접속했는데,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와 박혔다.
내가 팔로우하는 어떤 분이 리트윗을 한 이 짤막한 글. 더구나 이 글을 남긴 @hyugi55님은 스스로 학생이라고 밝히고 있다. 굳이 링크를 클릭해보지 않아도 저 짧은 문장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 저 문장은 투표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한 사람들을 뜻한다. 90년간의 긴 투쟁을 겪고, 두 발로 87km를 걷고, 아까운 생명을 잃고서야 가질 수 있었던 투표권. 바로 그 투표권을 가진 대한민국의 유권자는 삼천팔백 팔십사만 천구백아홉명.
우리는 그걸 공짜로 얻어냈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다. 투표권을 위해 목숨을 걸지 않았지만, 조국의 독립을 위해, 독재타도를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노동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목숨을 건 수많은 이들이 우리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이들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이 투표권, 한 표의 권리를 만들어줬다. 이들이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를 만들어줬다. 그리고 그 자유가 어쩌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지금, 우리는 서른 일곱번째 선거를 맞이했다.
우리는,
우리는,
나를 포함한 우리 젊은 사람들은 참으로 쉽다.
나를 포함한 우리는 그저 집 근처 투표소로 가면 된다. 그 투표소가 아무리 멀어도 87km는 안될 터다.
내가 알던 동생 한 명은 그러더라.
'형, 다 그 놈이 그 놈 아닙니까?'
그래서 내가 그랬다.
'넌 예수나 부처가 나와야 투표할거냐? 아니면 간디가 서울에 재림하길 기다리냐?'
다 그 놈이 그 놈이라 말하지 말라. 오늘을 위해 스러진 수많은 생명에게, 너 대신 죽은 그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으냐.
그들에게 진 빚을 갚는 방법은 아주 쉽다. 지금 집으로 배달된 선거 안내책자를 펴고 그 안에 담긴 그들의 정책을 읽어보라. 그걸로는 모르겠으면 평소 존경하는 분에게 전화라도 해라. 그래도 모르겠으면 나에게라도 물어봐라.
그리고, 6월 2일, 이번 주 수요일! 투표해라.
참고삼아 덧붙이자면 난 서울시장은 기호 7번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 서울교육감은 곽노현 후보, -내가 사는 구, 관악구의- 구청장은 기호 7번 진보신당 이봉화 후보, 교육의원은 최홍이 후보를 찍을 거다. 나 따라 찍어도 아무 말 안한다.
그러다가 오늘. 민노씨네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RSS 리더로 받아보고는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끄덕 끄덕 하고 읽어내려가다 턱 숨이 막힌 것은 글 아래에 나열된 수없이 많은 블로거들의 이름을 접하고 나서였다. 단순히 이름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 옆에 일일이 그 블로거에 대한 짤막한 메모까지 붙여놓은 세심함.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끝이 나는 그 긴 목록에 내 이름(물론 내 실제 이름은 아니지만, 적어도 블로거로서는 내 실제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이 mindfree라는 이름이다)이 포함되어 있다는 건 적어도 민노씨가 얼마나 절절한 마음이었는지를 말해준다. 놀이의 성격이 짙은 여느 트랙백 릴레이와는 달리 이번 포스트는 최대한 많은 이들이 참여해주길 원했기에 그리도 긴 목록을 만들지 않았을까.
결정적인 한 방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서 맞았다. 컴퓨터 전원을 켜고 부팅하는 동안 습관처럼 아이폰으로 트위터에 접속했는데,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와 박혔다.
90년동안 요구하지 않아도/ 87km를 행진하지 않아도/ 목숨을 걸지 않아도/그냥 얻은
37번째 보통선거/ 2010년 6월 2일 '한 표'를 가진 유권자 38,841,909명 http://a.yfrog.com/img205/4513/3xs.jpg
by @hyugi55
(덧: 위 링크를 클릭하면 아주 기다란 이미지가 나오니 아이폰에서는 좀 보기 힘들 수 있음. 링크된 이미지는 EBS의 '지식채널e'를 캡쳐한 것)by @hyugi55
내가 팔로우하는 어떤 분이 리트윗을 한 이 짤막한 글. 더구나 이 글을 남긴 @hyugi55님은 스스로 학생이라고 밝히고 있다. 굳이 링크를 클릭해보지 않아도 저 짧은 문장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 저 문장은 투표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한 사람들을 뜻한다. 90년간의 긴 투쟁을 겪고, 두 발로 87km를 걷고, 아까운 생명을 잃고서야 가질 수 있었던 투표권. 바로 그 투표권을 가진 대한민국의 유권자는 삼천팔백 팔십사만 천구백아홉명.
우리는 그걸 공짜로 얻어냈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다. 투표권을 위해 목숨을 걸지 않았지만, 조국의 독립을 위해, 독재타도를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노동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목숨을 건 수많은 이들이 우리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이들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이 투표권, 한 표의 권리를 만들어줬다. 이들이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를 만들어줬다. 그리고 그 자유가 어쩌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지금, 우리는 서른 일곱번째 선거를 맞이했다.
우리는,
우리는,
나를 포함한 우리 젊은 사람들은 참으로 쉽다.
나를 포함한 우리는 그저 집 근처 투표소로 가면 된다. 그 투표소가 아무리 멀어도 87km는 안될 터다.
내가 알던 동생 한 명은 그러더라.
'형, 다 그 놈이 그 놈 아닙니까?'
그래서 내가 그랬다.
'넌 예수나 부처가 나와야 투표할거냐? 아니면 간디가 서울에 재림하길 기다리냐?'
다 그 놈이 그 놈이라 말하지 말라. 오늘을 위해 스러진 수많은 생명에게, 너 대신 죽은 그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으냐.
그들에게 진 빚을 갚는 방법은 아주 쉽다. 지금 집으로 배달된 선거 안내책자를 펴고 그 안에 담긴 그들의 정책을 읽어보라. 그걸로는 모르겠으면 평소 존경하는 분에게 전화라도 해라. 그래도 모르겠으면 나에게라도 물어봐라.
그리고, 6월 2일, 이번 주 수요일! 투표해라.
참고삼아 덧붙이자면 난 서울시장은 기호 7번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 서울교육감은 곽노현 후보, -내가 사는 구, 관악구의- 구청장은 기호 7번 진보신당 이봉화 후보, 교육의원은 최홍이 후보를 찍을 거다. 나 따라 찍어도 아무 말 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