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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여행기: 7코스

by mindfree 2010. 5. 5.
올레길을 걷는 동안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혼자다.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쉬다가 올레꾼을 만나기는 하지만, 길 위에선 앞 뒤로 아무도 없이 혼자 걷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7코스만큼은 달랐다. 코스 출발점인 외돌개는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 사투리와 일본어, 중국어까지 다양한 말을 쓰는 관광객으로 북적댔다. 하기야 나도 이름을 들어봤을만큼 유명한 곳이니 그럴 법도 하지. 아울러 '명불허전'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알려주는, 기가 막힌 경치를 자랑한다.




외돌개에서는 유난히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많았다. 연령대도 초딩 꼬마부터 고딩들까지. 좋은 산책로를 100m 트랙으로 알고 뛰어다니는 초딩들 때문에 약간 귀찮기는 했지만. (대개 앞쪽에 뛰어가는 애들은 씩씩하게 뛰고, 뒤에 따라가는 애들은 숨차서 죽겠다는 표정이 역력한데 무리에서 빠지기 싫어 따라서 뛴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이곳이 등장했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전혀 쌩뚱맞은 기념촬영 장소도 있다. 극중 이영애 복장에, 얼굴만 구멍을 뚫어 그 구멍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사진을 찍는 거. 이 정도 경치면 드라마 촬영 사실은 그냥 간단한 안내판 하나로 충분할 것을. 놀이공원도 아니고 말이지.

이날은 특히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과장을 보태면 몸을 앞으로 15도쯤 기울여도 넘어지지 않을만큼. 유난히 바람 많고, 유난히 사람도 많은 코스였는데, 나중에 택시기사에게 들으니 7코스가 가장 유명하고 따라서 사람이 늘 많다고 한다. 그럴법도 한 것이 외돌개의 끝내주는 경치부터 시작해 그야말로 올레길 종합선물세트라 할만한 코스다.

이렇게 바닷가에 있는 바위틈을 헤치고 지나가는 길도 있다. 더구나 꽤 길다. 어설픈 운동화 신고 오면 발바닥이 버티지 못할 듯.

다리가 물 위에 떠 있다. 이 다리는 돌아가는 길인데, 내 앞에 가던 아가씨 몇 명은 이리 돌아가지 않고 신을 벗고 물을 건널 생각을 하고 있더라. 깊지는 않겠지만, 겉보기보단 물살이 셀텐데. 물론 난 고민하지 않고 그냥 돌아서 왔다.

다리를 지나 언덕을 올라가면 쉼터가 있고, 카페(캔커피 브랜드인 네스카페 카페)와 리조트도 하나 있다. 나중에 이 리조트에서 며칠 머물면서 지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해안선과 마주한 갈대숲. 탁 트인 해안도로에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올레길 7코스 종료지점이 원래 월평포구였다가 월평마을로 변경되었다 한다. 같이 걷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월평포구에서 걷기를 중단하고 각자 기다리는 차에 올라타는 분위기. 아마도 관광버스가 외돌개에서 사람들을 내려주고 월평포구에서 다시 태워가는 듯 했다. 난 포구에서 1.3km를 더 걸어 월평마을까지 걸어갔다가 종료지점에서 택시를 불러 서귀포 시내에 있는 이중섭 미술관에 들렀다.

이날 저녁. 숙소를 잡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가 PC방에 들렀다. 7코스를 마쳤고, 목표의 절반쯤 온 셈이니 블로그에 한 줄 남겨야겠다 싶어서. 이날 남긴 포스트가 이거다. 이 날까지만 해도 내가 바로 며칠 뒤에 걷기를 중단하고 서울로 다시 올라가게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