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서비스를 만들면서 맨 처음 그 서비스(혹은 사이트)의 컨셉을 정한 뒤, 어떤 기능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정해서 여러 과정을 거쳐 구현한다. 이렇게 구현한 기능이 서비스가 런칭할 때까지 그대로 가는 경우도 있고, 삭제되는 경우도 있고, 혹은 약간의 변형을 통해 런칭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간에 내부 테스트를 통해 그 의미를 증명하는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아 물론, 그런 과정 따위는 없는 때도 많다. 일단 만든 기능은 없애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까)
아무튼, 며칠 전에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하나 런칭했기에, 이 서비스에서 기능 하나를 두고 벌어졌던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새로 런칭한 서비스는 링클(LinQle)이라고 하며, 특정한 주제(사람, 사물, 회사, 브랜드, 암튼 뭐든)를 좋아하거나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그 주제를 중심으로 정보를 나누는, 일종의 Information Network Service이다. 이 서비스에 가입해서 글을 적으려면, 내가 글을 남기려는 주제를 선정하도록 한다. 그렇게 한 가지 주제를 갖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페이퍼라고 부른다.
가령 누군가 'UX'를 주제로 페이퍼를 만들면(이미 만들었다), UX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참여해서 UX에 대한 글을 쓰거나, 그림을 올리거나, 댓글놀이를 하거나 암튼 뭐 그러는거지. 그러니까 이 페이퍼라는 건 일종의 정보 커뮤니티 같은 거다. 기존의 카페나 동호회와 비슷한 맥락이다. 암튼, 기존에 만들어진 페이퍼에 참여하면, 그 페이퍼에 새로운 글이 등록될 때 나에게 알려준다. 아울러 특정 주제를 담은 페이퍼를 맨 처음 만든 사람을 '개설자'라고 하고, 페이퍼에 참여한 사람들을 '참여자'라고 한다.
기나긴 제작기간을 거치면서 무수히 많은 기능이 아이디어 단계에서 사라졌고, 구현 단계에서 사라졌고, 구현 뒤에 테스트 단계에서 사라지거나 고쳐졌다. 그 중, 페이퍼에 참여한 참여자 명단을 보여주는 기능도 있었다. 아 물론 명단만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었고.
알파 버전을 만든 뒤, 서비스를 다듬는(사실은 확 뒤집어 엎는 것에 가까운) 과정에서 이 기능이 빠졌는데, 내부 테스트를 할 때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무슨 말이냐면, 내가 만든 페이퍼의 참가자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았다는거지. 그래서 속으로 '빼길 잘했네' 하고 있었고.
런칭한 후, 내가 만든 서비스니까 당연히 나도 쓴다. 내가 평소 원하던 용도대로 딱 그렇게 쓴다. 런칭하고 며칠이 지나면서(이제 딱 3일 됐다), 페이퍼에 참여자가 몇 명 생겼다. (여전히 글을 등록하는 사람은 나뿐이다. 안타깝게도.) 이 시점에서 큰 변화가 생겼다. 뭐냐.
참여자가 궁금해졌다.
앞서도 말했지만, 내부 테스트 기간에도 똑같은 맥락으로 이 서비스를 썼다. 엉터리 데이터를 올린게 아니라, 팀원들이 모두 실제 서비스를 쓰듯이, 진짜 데이터를 넣으면서 테스트를 했다. (그래서 런칭할 때 DB를 초기화하는 걸 다들 아쉬워했다. 하지만 엉터리로 입력한 데이터도 있어서 어쩔 수 없었지) 그런데 왜 그 때는 궁금하지 않았던 참여자가, 갑자기 며칠만에 궁금해졌을까?
이유는 딱 하나다. 진짜로 '궁금해진'거다. 누군지. 런칭 이전엔 참여자가 몇 명이든 간에, 누군지 뻔했다. 우리 팀원이지. 그 외의 사람은 접근조차 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런칭을 하고 나니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거지. 서비스는 똑같고, 사용하는 방법도 똑같지만, 맥락이 달라졌다.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는 맥락은 여러가지를 뜻한다. 사용 환경을 뜻하기도 하고, 사용 이유를 뜻하기도 하고. 그러나 '사용대상자'가 달라지는 것은 나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단순히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과는 다른 얘기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 그래서 실제로 '나와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누군가'가 생겼다는 사실이 궁금증을 만들어낸거지. 똑같은 서비스라 하더라도, 사용하는 맥락이 달라지면 변하기 마련이다. 그 전엔 불필요했던 기능이 절실한 기능이 될 수도 있다. 최대한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패턴으로 사용하면서 테스트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많은 걸 놓치고 테스트를 종료하게 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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