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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과 모바일

XSmall UI에 대한 의견

by mindfree 2014. 12. 11.

6~7개 정도의 팟캐스트를 정기적으로 듣는데, 그 중 단 하나의 에피소드도 놓치지 않고 듣는 팟캐스트는 XSFM의 '그것은 알기 싫다(이하 그알싫)'가 유일하다. 2년 가까이 딴지라디오에서 방송을 진행하다가, 얼마 전 갑자기 독립했다. 내부에서는 오랜 기간 논의했을 수도 있지만, 그 사정을 모르는 청취자 입장에선 '갑자기'가 맞다. 어느날 방송에서 '그동안 그것은 알기 싫다를 사랑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같은 말이 훅 나왔으니. 방송 접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랬던지.


바로 이 그알싫에서 광고에 나오는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을 준비중이라는 얘기를 하더니 드디어 며칠 전에 오픈했다. 오픈 직후 방문만 했다가 일단 후퇴. (낮에 잠시 들어간거라) 그러다 오늘 퇴근길 지하철에서 방송을 듣다가, 오프닝 도중, 그러니까 '쇼핑몰에 대해 많은 의견을 달라'는 대목에서 모바일로 접속, 방송을 들으며 하나 샀다. 예전부터 '스테픈 볼프 제뉴인 레더!'의 허리띠를 사야지 하던 참이었으니 구매한 제품은 허리띠. 늑대가죽은 없을까 기대했으나 소가죽 뿐. 늑대는 보호동물이던가?


쇼핑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눈에 띄는 것들이 있어 포스팅. 덕분에 개점휴업 상태이던 블로그에 새로운 포스트를 하나 남기게 됐다. 글이 좀 길다. 


1. 회원가입




1) 일반전화와 휴대전화 두 개가 모두 필수항목이다.

최근 1인 세대는 물론이거니와 2인 이상의 가족이 같이 사는 경우에도 일반전화는 없는 집이 많다. 국번 항목을 입력칸으로 만들고, 일반/휴대전화 가리지 않고 연락처를 하나만 받는게 적절하다. 내가 입력한 일반전화번호를 잘 보시길. 나는 15년째 111-1111을 입력한다.


2) 비밀번호 제약 알림



위 스크린샷에서 보다시피 '비밀번호' 항목에 비밀번호 제약에 대한 설명이 없다. 처음 이걸 봤을 때 '아 역시' 하고 내가 평소 쓰는 비밀번호를 입력했다가, 마지막 가입 버튼을 누른 뒤에야 '비밀번호는 XX와 XX로 구성하라'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이러면 안된다. 제약이 있으면 사용자가 입력하기 전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제약을 없애는 것이다. 애초에 서비스 제공자가 사용자의 비밀번호에 제약을 두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비밀번호 글자수 제한을 없앤다고 해서 거기서 5000글자 타이핑하는 미친 놈은 없다. 설령 있으면 어때? 별 일 아니다.


요즘 특히 금융권 서비스들이 보안을 강화한답시고 영문+숫자+특수문자+12글자 이상 뭐 이런 이상한 조건으로 비밀번호를 만들라고 강요하는데, 이런 식으로 각 서비스의 비밀번호 규칙이 다르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급기야 비밀번호를 메모해두는 일이 생긴다. 흔히 '포스트잇 수준의 보안'이라고 말하는게 그거다. 하도 복잡한 규칙을 걸고, 몇 달에 한 번씩 강제로 바꾸라고 하는 통에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용자들이 모니터 옆 포스트잇에 적어놓는거다. 이게 뭔 지랄이냐. XSmall이 지랄을 하는 중이라는 뜻은 물론 아니다.


3) 이메일 서비스 제공자 목록의 위치

모바일에서 이메일 서비스 제공자를 일일이 타이핑하는 것은 분명 귀찮은 일이다. 그걸 편하게 하기 위해 서비스 제공자 목록을 제공하고, 거기서 선택하게 하려면 그 항목의 위치가 @와 주소 입력칸 사이에 있어야 한다. 아울러 목록의 첫 번째 순서는 '선택' 혹은 '직접 입력'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아이디 입력하고, 그 다음 시선이 머무는 곳에 서비스 제공자를 선택하는 항목이 있는게 순서가 맞지 않겠나. 


4) 이메일 서비스 제공자 목록의 길이




나는 이걸 과도한 친절이라고 부른다. 최대한 사용자들이 쓸만한 이메일 서비스 제공자를 모두 나열하려는 욕심, 이건 분명 애초에는 사용자들이 편하라고 시작한거다. 근데, 특히나 모바일 서비스로 옮겨오면서 위 화면 같은 일이 생긴다. 난 저 목록에서 네이버, 다음, 지메일 이렇게 세 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지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알싫 애청자들 중 지메일 사용자가 아주 많을 거라 추측하는데(그알싫 대표 이메일 계정도 지메일이다), 지메일은 목록의 맨 아래에 있다! 왜!? 


그러니 과감히 정리하는게 어떨까. 특히 야후는 한국 계정조차 없다. 닷컴은 미국 야후 사이트 계정이다. 이런 목록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값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사용성을 떨어뜨린다. 특히 국내 서비스들이 이런 식의 과도한 친절이 많다. 조금은 불친절해져도 된다. 친절해야 할 때 제대로 친절하자.


6) 그 무엇보다도, 왜 가입을 먼저 보여주는가.

XSmall은 쇼핑몰이다. 아무리 그알싫 애청자들이 물건은 안사도 일단 가입은 하자고 덤빌지 몰라도, 기본적으로 쇼핑몰은 물건을 살 때 회원가입/로그인을 한다. 살 물건이 없는데, 일단 가입부터 해두는 사용자는 없다. 그러니 물건을 결제하는 단계에서 가입 옵션을 보여줄 필요조차 없다. 일단 물건부터 사게 하라. 엄청나게 많은 사용자들이 이 단계에서 구매를 포기한다. 그알싫 애청자들은 이 난관을 뚫고 사겠다고 마음을 먹을지 몰라도, 불편한 건 불편한거다. 방문자 수 vs 실제로 구매한 수, 이 비율을 구매전환율이라 한다. 초대형 쇼핑몰도 이 비율이 지극히 낮다. 쇼핑몰의 성패는 구매전환율을 얼마나 떨어뜨리느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사게 하라. 일단 결제까지 가라. '회원가입' 이 네 글자가 보이는 순간 절대다수가 쇼핑을 포기한다. '비회원구매'가 있지 않냐고? 필요없다. 어차피 구매하려면 가입에 필요한 정보를 다 받는다. 몽땅. 근데 왜 가입을 먼저 받으려고 하나? 쇼핑이 끝난 고객의 마음이 '아우 질렀어!' 하고 흐믓해진 다음, 고객이 입력한 개인정보를 화면에 표시하고 비밀번호 입력창만 하나 더 만들어라. 그리고 회원가입을 유도하라. 절대 다수가 가입을 선택할거다. 대한민국 쇼핑몰들 죽어도 이렇게 안한다. 왜 안하는지 대체 모르겠다.


7) 비밀번호 두 번 입력, 정말 필요한가?

난 이거 서비스 제공자의 별 생각 없는 습관이라고 본다. 아니라고? 사용자의 오타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고? 노. 이거 아무 의미 없다. 어차피 재방문율이 떨어지는 사이트라면 다음에 방문했을 때 비밀번호 기억나지 않을 확율 90% 쯤 된다. 왜? 온갖 사이트들이 서로 다른 비밀번호 규칙을 갖고 있으니까. 사용자들은 여러 개의 비밀번호를 수시로 변경해가면서 외워야 한다. 


여기서 비밀번호를 한 번 더 받아서 오타를 방지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을 때 되찾는 걸 최대한 간단히, 쉽게 만드는게 중요하다. 애초에 비밀번호를 만드는데 제약이 없으면 아무리 모바일에서 입력해도 오타 잘 안낸다. 맨날 타이핑하던 거잖아. 그리고 '로그인 유지' 옵션 있잖아. 사실 외울 필요도 없다.


2. 배송


1) 회원정보의 주소를 배송 기본 주소로 표시해줘라.



배송주소를 입력한다. 직접입력과 회원정보에 등록한 주소를 그대로 쓰는 두 가지 옵션이 있다. 여기선 직접입력이 앞에 있다. 이거, 반대로 해야 한다. 쇼핑몰에 가입할 때 회원이 남기는 주소는 '배송'을 위한 주소라고 보는게 더 적절하다. 내가 주로 배송을 받는 곳의 주소를 받아야 한다. 그러니 회원정보에 남긴 주소를 그냥 화면에 표시해주고, 이걸 바꿀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게 낫다. 물론 더 좋은 방법은 이런 거 필요 없이 이 단계 다음에 가입을 하는거지만.


그리고 선택안이 3개 미만이면 드롭다운메뉴(클릭해서 펼치는 방식)가 아니라, 라디오 버튼을 써서 화면에 그냥 보여주는게 낫다.


2) 배송 전화번호

가입할 때는 일반/휴대전화 모두 필수항목이더니 배송주소를 입력할 때는 일반전화가 필수항목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 전화번호 두 개를 받을 필요가 없다. 설령 일반전화도 추가로 입력할 수 있도록 하려면 순서를 바꿔라. 휴대전화가 먼저다. 


3) 희망 배송 일자 지정


쇼핑 과정에서 내가 가장 뜨악했던 기능이 이거다. 희망배송일. 물론 장기적인 안목으로 그알싫에서 가구 같은 대형 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다. 이런 상품의 경우 희망배송일은 중요하다. 대개 배송비를 미리 결제하지 않고 그날 주거든. 그 외는 이거 필요없다고 본다. 대한민국 온라인 쇼핑몰 고객은 배송에 이틀 이상 걸리면 늦다고 화낸다. 그래, 그래서 기본값이 '가능한 빠른 배송'이지 않냐고.그래 좋은 의도인데, 여기 함정이 있다.


저 스크린샷에서 이상한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2014-12-11 이후 날짜를 입력해야' 한다면서, 화면에 표시된 날짜는 11일이다. 불가능하다면서? 이렇게 제약조건을 걸면 당연히 희망배송일은 11일 이후부터 화면에 표시해야 한다. 여기서 더 정확히 하려면 XSmall이 배송을 시작하는 시간 이전, 가령 오후 4시에 배송 준비를 시작한다면 그 시간이 지나면 13일을 표시해야 한다. 12일에 배송 출발할테니.


두번째는, 분명 '가능한 빠른 배송'에 표시가 되어 있는데, 그 아래 날짜 선택항목이 선택할 수 있는 상태인지 선택이 불가능한 상태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럴 때는 아래처럼 표시해야 한다.



차이가 보이는가? 입력가능한 다른 항목과 달리 흐릿하게 표시해서 '이 항목은 입력이 불가능한 상태임'을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고백하자면 난 '가능한 빠른 배송 요망'이 체크된 상태에서 날짜를 옮기려고 몇 번을 터치했다. 15년차 웹기획자도 헷갈린다.




결국 희망배송일은 11일, 오늘이다. XSmall은 처음부터 나에게 '스스로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희망하도록 만들었다. 분명 난 '가능한 빠른 배송'을 요구했을 뿐이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사실 XSmall 방문 후 맨 처음 든 생각은 '화면에 카테고리가 안보이는데, 나중에 상품이 늘어나면 표시하겠지?' '상품이 많아지면 디스플레이는 어떻게 할거지?' 였다. 이건 뭐 그냥 기획자로서 반사적인, 본능에 가까운 생각이다. 지금 당장 고민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중요하다.


XSmall이 대박나서 세 분 모두 부자 됐으면 좋겠다. 그 때 되면 나 서비스 기획자로 채용 좀 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