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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과 모바일

웹에이전시에서의 퍼블리셔

by mindfree 2015. 12. 10.

빈꿈 님의 "웹 퍼블리셔의 역할 - 프론트 앤드 개발자와 차이점"에 덧붙여서.


내가 대학 졸업 후 웹사이트를 만드는 회사에 취직을 한 것이 2000년 1월이다. 당시 웹에이전시에서는 html 코딩만을 별도로 하는 코더를 두고 있는 곳이 없지는 않았으나 드물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럼 누가 디자인 결과물인 PSD 파일을 Html 문서로 변환했나? 대개는 디자인팀의 신입 디자이너들이 이 역할을 했다. 


웹에이전시의 초창기 시니어 디자이너들은 출판, 편집 혹은 멀티미디어(CD롬 등) 디자이너 출신들이 많았다. 당연하겠지? 우리나라 기업 혹은 개인들이 본격적으로 웹사이트라는 걸 만들기 시작한 게 1995년쯤이고, 이전에는 당연히 그걸 직업으로 하는 디자이너가 없었다. 초창기 기업의 웹사이트라는 것이 대개 브로셔 수준이었고, 한글판 Html 책이 등장한 것이 1996년이었나 그랬다. 나 역시 신입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업무의 절반이 Html 코딩이었으니, 어떻게 보면 포토샵보다 위지윅 html 에디터인 드림위버를 더 많이 썼다고도 할 수 있다. 대학시절 나모 웹에디터 강좌를 PC월간지에 연재하기도 했으니, 나름대로는 html 코딩에 밝았던 터라 별 문제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시간이 지나서 처음엔 고작 글꼴 크기나 색상을 지정하던 것 뿐이었던 css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웹 사이트의 레이아웃을 css로 제어하기 시작하면서 코더의 역할도 덩달아 확대되었다. 그러면서 html 코딩만을 수행하는 인력을 따로 두는 웹에이전시들이 생겨났고, 서서히 디자이너는 포토샵과 일러스트로 디자인 결과물만을 만들어내고 이후 이런 결과물을 Html 파일로 변환하는 업무는 코더의 전문영역이 되었다. 이런 변환기에 신현석이라는 분이 '퍼블리셔'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낸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2005년경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어쨌든 웹디자이너로 일을 하다 2003년 즈음부터 기획자와 PM 역할로 변경했기 때문에 시기에 대해선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이 이 사람인 것은 맞다.)


프론트 엔드 개발자와 퍼블리셔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하는 건 빈꿈 님의 글을 참조하시고. 그럼 실제로 현장에서도 이렇게 두 직군을 구분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프론트 엔드 개발자를 별도 직군으로 구분해서 활용하는 곳은 양대 포털 사이트와 상당한 규모의 온라인 서비스를 하는 회사 정도라고 본다. 웹에이전시가 웹사이트를 제작하면 대개 스크립트를 조금 다룰 줄 아는 퍼블리셔가 이 역할을 어느 정도 겸하고, 그 프로젝트에 그런 인력이 없는 경우 백 엔드 개발자가 담당한다. 내 경험상 많은 퍼블리셔가 개인적인 학습을 통해 프론트 엔드 개발능력을 조금씩 확보하고 있는 추세이고, 이들이 기획자 혹은 디자이너의 요구에 따라 기능을 구현하거나, 스스로 불가능한 경우 개발자에게 문의하거나 구현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현실에서는 퍼블리셔와 프론트 엔드 개발자의 영역이 분명한 선이 그어진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 겹쳐 있다.


상당히 전통이 있거나 혹은 규모가 큰 웹에이전시의 경우에도 내부에 개발자가 없는 경우가 많다. 현재 내가 다니는 회사(웹에이전시이다)에도 '개발팀'은 있으나, 이 팀에는 백 엔드 개발자나 DBA는 없는 것으로 안다. 개발팀의 주축 인력은 퍼블리셔이고, 실제 구축 프로젝트에서도 외주 개발사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전에 다닌 회사(역시 웹에이전시)는 지금 회사와는 조금 달라서, 내부에 개발팀을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어차피 대형 프로젝트는 SI 3사가 끼어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부 개발팀만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형편이니 웹에이전시에서 퍼블리셔와 프론트 엔드 개발자가 명확히 구별되는 경우가 드물 수밖에. 그리고 퍼블리싱 업무만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회사들도 꽤 많다. 이런 회사들에 속한 퍼블리셔의 경우 상당한 수준의 프론트 엔드 개발 능력도 갖추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하기야 현실에서는 이들 직군만 경계가 흐릿한 것은 아니다. 당장 웹기획자와 UI 디자이너의 경계도 불분명하며, 고객의 성향에 따라 웹기획자를 서비스나 비즈니스 기획자로 보기도 하고 어떤 곳에선 UI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이 두 가지 모두를 수행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