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CL과 저작권

CCL은 Copyright 표시가 아닙니다.

by mindfree 2010. 2. 9.
'내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블로그를 봤다. 자신의 사진을 가져가서, 워터마크 부분을 '00 산악동호회'로 덮어버리기까지 하며 사진을 사용하고 있는 실태를 고발한 글이다. 다른 이가 그 점을 지적하면 '당신이 왜 참견이냐'고 화를 내며, 댓글도 삭제한다는 얘기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분의 사연을 보고나서 '정보는 손바닥에 올려진 물과 같이 흐르기 마련이다' 같은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다. 당장 침해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니까.

내가 하려는 얘기는 이건 아니고. 이 분의 절절한 사연이 끝나면 맨 아래에 CCL 표시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무슨 뜻인가. 이 분은 CCL이 뭔지 모른다. 내 기억으로, 티스토리는 CCL 설정이 기본값이 아니다. 티스토리 설정 메뉴에서 아무것도 변경하지 않으면 CCL은 적용이 안된다. 그러니, 이 분은 스스로 티스토리 설정 메뉴로 들어가 CCL을 사용하기로 선택했다는 얘기고, 이 말은 이 분이 안타깝게도, CCL을 Copyright을 표시하는 다른 방법으로 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CCL 적용 콘텐츠의 양은 세계 상위 수준이다. 하지만 CCL이 정확히 무언지를 알고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국내 온라인 서비스에서 CCL 사용을 설정하는 화면은 십중팔구 '저작권 보호' '블로그 콘텐츠 보호' 같은 메뉴 아래 포함되어 있다. 사용자들이 CCL을 Copyright의 또다른 표시 -가령 온라인 전용이라던가- 로 이해하기 쉽다.

CCL이 뭔지도 모르고 CCL을 적용하게 되면, 그걸 본 사용자들이 CCL 조건을 그대로 적용해서 저작물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이를 발견한 저작권자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퍼가지 말라니까, 블로그에 쓰지 말라니까, 도대체 왜? 항의를 받은 이용자가 CCL에 대해 잘 몰랐을 경우는 더욱 문제다. 제대로 알 기회가 점점 줄어들테니까.

내 블로그에서 여러 번 언급한 적이 있다. CCL은 나에게 모든 저작권이 있음을 알리는 표시가 아니다. 그 반대다. 내 저작물에 대한 권리(재배포를 포함한 사용, 수정 등에 대한 권리. 상세한 것은 설정한 CCL 조건에 따라 다르다)를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겠다는 표시다. 부디 '이 블로그의 글과 사진을 사용하려면 사전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같은 알림이 적힌 블로그에 CCL을 적용한 것을 본다면 댓글로 꼭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린다. CCL은 Copyright을 뜻하는 표시가 아니며, 본인의 저작물을 다른 사람이 이용하는 것을 막으려면 CCL을 적용하지 마시라고.

덧: 최근 CC Korea에서는 이런 오해를 막기 위해 국내 온라인 서비스를 대상으로 CCL 설정 UI 가이드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가이드 제작이 완료되면 각 온라인 서비스에 이 가이드를 전달하고, 최대한 반영을 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혹 관심이 있는 분은 트위터/gmail @mirooahn 으로 연락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