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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L과 저작권

술집에서 음악을 틀면 저작권 침해인가요?

by mindfree 2009. 4. 23.
얼마 전에 직장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다 우연히 누군가 물어온 질문이다. 식당이나 술집에서 음악을 틀면 저작권 침해가 되느냐. 대답을 하면서 이걸 한 번 포스팅을 해야겠다 하고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오늘 문득 생각이 났다. 또 다시 잊어버리기 전에 포스팅.

질문: 제가 호프집을 하나 합니다. CD를 사서 호프집에서 틀려고 하는데, 이게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나요?

답은 '그렇다'이다. CD를 구입했다 하더라도 호프집에서 틀면 안된다. 식당에서도 안된다. 단란주점에서도 안된다. 커피숍에서도 안된다. 매점... 음. 왜 안되나? 저작권법을 살짝 살펴보자.

제 29조(영 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방송) ①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청중이나 관중 또는 제3자로부터 어떤 명목으로든지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공연 또는 방송할 수 있다. 다만, 실연자에게 통상의 보수를 지급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판매용 음반 또는 판매용 영상저작물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조항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공연 혹은 방송에 대해 댓가를 받지 않는 경우에는 판매용 음반이나 영상을 술집 같은 공공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럼 된 거 아닌가? 아니다. 시행령을 같이 봐야 한다.

제11조(판매용 음반 등에 의한 공연의 예외)법 제29조제2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공연을 말한다. [개정 2008.2.29 제20676호(문화체육관광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1.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7조제8호에 따른 영업소에서 하는 다음 각 목의 공연

저작권법 29조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부분이 있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대통령령에서 정한 경우에는 비록 공연, 방송에 대한 댓가를 받지 않더라도 공연, 방송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시행령에서 11조 1항에 나온 '식품위생법 시행령'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음식' 관련된 업소가 다 들어간다. 우리가 무언가를 먹는 장소라면 식품위생법의 대상이 되는 거니까. 시행령의 이후 조항에는 한국마사회법, 항공법 등등 식품위생법 이외의 법률도 줄줄이 나온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공공장소에서는 판매용 음반, 영상을 상영할 수 없다. 모두들 알다시피 여기서 말하는 판매용 음반, 영상은 모두 '가정용'을 말한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호프집을 경영하고 있고, 호프집에서 음악을 틀고 싶다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허가를 받은 저작권위탁관리업자와 협의해서 일정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가능하다.

'음제협, 음저협 등의 단체와 협의를 하라는 얘긴데, 동네 호프집 주인이 언제 시간이 나서 그런 일을 하나?' 하실 분이 있겠지만, 꼭 호프집 주인이 직접 가서 협의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호프집도 식당도 여관도 각기 협회 혹은 조합 같은 것을 운영한다. 가령 숙박업조합이나 요식업조합 같은 것 말이다. 이들 조합이 나서서 협의를 하면 그 조합에 가입한 업주들이 운영하는 사업장도 포함이 된다. 근데 뭐, 이들이 협의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직 못 들어봤다. '음제협, 요식업조합장과 만나 저작권 협의' 이런 기사를 본 기억이 없다.

그럼 어쩌라고? 나도 모른다. 그냥 하던대로 쭉 하시라. 음제협은 지금 네이버나 다음과 소송하느라 바쁘다. 아마 동네 호프집까지 신경쓸 겨를은 없을거다.

뭔 결론이...

보충(4월30일)
법원에서 관련 있는 판결이 나왔다. 클릭. 내가 틀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