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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L과 저작권

저작권 관련 소송 두 건

by mindfree 2009. 4. 23.
최근 저작권 관련 소송 두 건의 소식을 들었다.

1. 양동근 초상화 사건 (관련 기사 보기)

가수이자 배우인 양동근에게 화가가 초상화를 선물했고, 그것을 양동근이 음반 재킷에 사용함으로써 저작자(화가)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

2. 무한도전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사건 (관련 기사 보기)

오락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100회 특집을 맞아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곡의 가사를 변형해 사용해서, 저작자(작곡/작사가)의 권리(저작인격권 중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했다는 것.

우선 1번의 경우엔 약간 의아하다. 기사에서는 '그림사용에 대해서 한마디도 들은 적이 없었다'고만 나와 있다. 따라서 해당 화가가 저작권법의 어느 조항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고소를 제기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양동근에게 '선물'로 줬으니 무상 기증을 한 것인데, 이를 양동근이 무단으로 공공에 배포한 셈이 되므로 저작인격권의 공표권을 침해했다고 본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다만 이 경우 (내가 법률가가 아니므로 그저 추측만 할 뿐이지만) 일단 저작권자가 저작물을 기증을 했을 때는 저작권법 45조에 있는 저작재산권의 양도 규정에 따라 해당 권리를 양도한 것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법 11조, 공표권에 관한 조항을 보자.

제 11조. (공표권)
③저작자가 공표되지 아니한 미술저작물·건축저작물 또는 사진저작물(이하 “미술저작물등”이라 한다)의 원본을 양도한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게 저작물의 원본의 전시방식에 의한 공표를 동의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미 무상 기증 형태로 저작물을 제공했고, 기사에서 보건대 저작권자가 원본을 기증(양도)한 것이 확실하므로 공표를 동의한 것으로 추청해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서 '원본의 전시방식에 의한 공표'에 음반 재킷에 삽입해서 유통시키는 것이 포함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 2번으로 가보자. 2번의 경우엔 사실 두 말할 여지가 없다. 명백한 동일성 유지권 침해라고 봐야 한다.

제 13조. (동일성유지권) ①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진다.

원곡의 작곡자는 "우스꽝스럽게 개사돼 방송됐다"고 말함으로써 애초에 자신이 이 곡을 작곡/작사할 때의 의도를 완전히 변형해서 사용한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해당 기사에도 나와 있다시피 '서태지의 이재수 패러디 소송'에서 이미 법원은 서태지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간단히 말해, 패러디는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두 사건을 보며 드는 생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창작자를 인정하고 그의 창작물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의 부족함이다. 두 소송 모두 사전에 전화 한 통, 만나서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정도의 과정만 밟았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양동근에게 초상화를 그려 선물한 화가도 양동근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을테니 일정한 비용을 받거나 혹은 '양동근'이라는 가수의 지명도를 빌려 자신의 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간단히 사용을 허가했을 수도 있다. 이 점에서 -무리한 말일 수도 있지만- 화가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기획사에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양측 모두에게 발전적인 방향으로 해법을 찾을 수는 없었을까. 양동근의 공연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이벤트를 펼친다던가, 자신의 연락처(초상화 의뢰를 받을 수 있도록)를 기재해서 또 다른 기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다. 물론 내밀한 사정을 내가 알 수 없다. 정중한 요청을 기획사에서 간단히 무시했을 수도 있고, 감정적인 대립이 생겼을 수도 있기에 성급한 말인 것도 인정한다.

다른 하나는, 창작자들의 좀 더 열린 마음에 대한 아쉬움이다. 저작물의 변형에 대한 아량, 패러디라는 문화에 대한 사회적인 너그러움을 조금만 더 가졌으면 어땠을까 싶다. '내 저작물을 웃음꺼리로 만들다니!'하는 분노보다는 자신의 저작물을 이용해 만들어진 2차적 저작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화적 다양성에 좀 더 가치를 둘 수는 없었을까. 무한도전팀이 비록 자신의 의도를 변형한 것은 사실이나, 악의를 가지고 행한 일은 아닌 것으로 보여지기에 하는 말이다.

블로그를 돌아다니다보니 이 일을 '무한도전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정신 좀 차리라고 한 마디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