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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과 모바일

아름다움 먼저? 접근성 먼저?

by mindfree 2019. 11. 26.

웹 또는 앱을 디자인할 때 미학 측면과 접근성 측면,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바보 같은 질문이다. 둘 다 중요하다. 이건 이상적인 답변. 

현실에서는? 미학 측면이 더 중요하다. 왜냐고? 당신이 만든 디자인을 컨펌하는 사람은 시각 장애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아 물론 색약 또는 색맹일 가능성 정도는 있지만, 누가 더 다수인가의 관점에서 보면 굳이 따져볼 필요도 없거든.

하지만 굳이 우리가 세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가 UX-UI 디자이너인 이상 최소한의 접근성은 보장해야할 직업적 의무가 있다. 아무리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라 하더라도. 민간 소유의 건물이라도 휠체어 경사로를 만들고 점자블록을 배치한다.

그러나 종종 극단적으로 접근성을 높이려고 하다보면 미학적인 측면을 훼손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전 글 '접근성의 미신'에서 썼다시피 단순히 알고리듬에 의한 평가점수만 최고점을 받겠다는 목적으로 접근성을 대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원문링크: https://uxmovement.com/thinking/the-aesthetic-accessibility-paradox/

 

The Aesthetic-Accessibility Paradox

Every interface has a subset of users that make up the majority and minority. The majority of users usually have normal vision, while the minority have some form of visual impairment.

uxmovement.com

일반적인 경우 접근성에 치중할수록 미학 관점은 약해진다. 아주 높은 접근성을 보장하면 상대적으로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훼손되기 마련이다.

아래 예시 중 하나는 AAA 등급(접근성 평가기준의 색대비 규정에 따른 점수)를 받았지만, 동시에 시각적으로는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주기 어렵다. 다른 하나는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일반적인 시력을 가진 사용자에게는 좀 더 끌린다.

접근성을 강조한 것과 미학 측면을 강조한 사례

'아니 대체 누가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웃을지 모르지만, 내가 PM으로 참여했던 프로젝트 중에 실제로 이런 고민을 했던 프로젝트가 있다. 신용평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웹사이트 구축 프로젝트였는데, 금융권 회사이다보니 웹접근성 평가 기준을 깐깐하게 얘기하더라. 그래서 디자인한 화면 하나를 색 대비를 기준에 맞게 고쳐봤더니 딱 위 예시 이미지가 나왔다.

 절충안 예시

그 때에도 적당한 합의점을 찾았다. 일부 화면은 배경색을 바꾸고, 일부 화면은 본문 영역에만 색 대비 비율을 조정하는 식으로.

소수자 중의 다수자를 위해 디자인하라

왜 모든 이, 그러니까 아주 극단적인 저시력자들까지 배려해서 접근성을 확보하지 않느냐. 그건 저시력자 중에서도 다수자가 있기 때문이다.

소수자 중의 다수자

가장 적은 소수자를 위해 디자인을 하면 반대 급부로 미학 측면은 취약한 디자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가 만든 서비스의 소비자는 여전히 일반적 시력을 가진 다수자라는 데 있다. 그래서 최선은 소수자 중의 다수자까지만 만족시키는 디자인을 제공하는 것.

그럼 가장 적은 소수자는 어떻게 하는가? 극단적인 시력 장애를 갖고 있는 사용자는 대부분 보조도구를 사용한다. 고대비를 제공하는 스크린 리더 기능처럼. 

고대비 옵션을 제공하라

만약 접근성을 좀 더 많이 포기하고, 미학적인 측면을 강조하려면 일부 영역만 고대비로 바꿔 표시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고대비 옵션을 켜고 끌 수 있게 제공한다

위 이미지에서 Continue라는 레이블의 CTA 버튼 하단을 주목하자. Enable high contrast라는 링크가 있다. '고대비 활성화' 링크를 클릭하면 우측 이미지처럼 색 대비를 더 높여서 표시한다.

아름다움의 중요성

접근성 극단주의자들은 아름다움의 가치를 깎아내린다. (원문에서 Accessibility extremists라고 했는데, 국내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들은 일반 사용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든 간에 소수자들에게 최대한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믿는다. 무작정 높은 접근성을 요구하기 전에 접근성과 아름다움의 패러독스를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

균형 잡기

아름다움과 접근성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은 쉽지 않지만, 사용자 경험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이 균형을 잘 잡으면 대다수의 사용자가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접근성과 아름다움 균형 잡기

이전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아름다운 디자인이라는 건 그냥 시각적 쾌감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아름다운 디자인은 그 자체로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주고, 사용자의 신뢰도를 높이며, 사용성까지 향상시킨다. 보다 넓은 다수를 상대로 디자인을 하려면 어느 한쪽으로 극단적인 접근을 하지 않아야 한다. 중간 지대를 찾는 것이 가능한 많은 이들에게 만족감을 끌어낼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