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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등등

아이폰 어플 때문에 하나은행 계좌를 만들다

by mindfree 2010. 1. 7.
하나은행에서 아이폰 어플을 내놨다. 소식을 듣고 속으로 박수쳤다. 아싸, 니네 잘한다.

나는 지금까지 신한은행을 주로 쓰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마도 95년부터 써온 듯하다. 군대를 전역하고 통장을 새로 만들었는데, 내가 다니던 학교에 조흥은행이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거기서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첫 직장에 들어가니 급여를 조흥은행으로 넣어준다. 그래서 그냥 계속 썼다. 직장을 옮겼는데, 거기도 급여를 조흥은행으로 넣어준다. 또 계속 썼다. 직장을 다시 옮겼는데, 거기서도... (이 때 회사 근처에 조흥은행이 없어 하나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 그게 아직 살아있고, 돈도 몇 천원 있다는 걸 오늘 알았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도 신한은행에 급여를 넣어준다. 그래서 지금도 쓴다.

근데, 내가 여러 해 동안 살고 있는 신림사거리 근처에는 신한은행이 없다. 물론 '근처'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잡느냐에 따라 이 말은 달라질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근처'에는 없다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집 근처에서 돈을 찾으면 매번 추가로 수수료를 부담했다. 다른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서 그리 얼마라도 넣어둬야지, 하면서도 늘 그냥 그런다.

신한은행을 지금껏 계속 쓰는 이유는 딱 하나다. (아 물론 급여가 이리 들어오니 없앨 수는 없지) 신한은행 ezPlus를 쓰면 그 지겹고, 귀찮고, 짜증나는 액티브X를 안깔아도 된다. 지금 당장 윈도우 제어판을 열고, 보안 프로그램을 가장한 액티브X 무더기를 싹 지워보라. 그리고 브라우저를 열어 (물론 익스플로러를 열어야지. 좋은 나라야) 아무 은행이나 들어가보라. 은행 CI 한 번 보려면 몇 개의 액티브X를 깔아야 할까?

말이 나온김에 말이지. 액티브X, 그래 금결원(이름 땜에 많이들 오해하시는데, 얘네 정부기관 같은 거 아니다. 그냥 법인이다.)이 쓰라고 하고 법이 그렇고 어쩌고 해서 쓴다고 치자. 근데, 그거 적금 안내글이나 고객센터 뭐 이런 거 보려고 간 사람한테까지 설치하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잖은가. 안그러냐? 니들이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안, 계좌이체나 뭐 암튼 실제로 금융거래를 할 때 필요한 거잖아. 비과세 적금 어떤게 좋나 보러 간 사람한테도 액티브X 더미를 마구 던져대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

그래서, 하나은행 앱이 나온김에 써보고 또 집 근처에 있는 하나은행에서 돈 찾아서 수수료도 아껴볼겸 오늘 하나은행에 계좌를 만들었다. 화분 그려진 그거. CMA 된다는 그거 만들어주더만. 그리고 나서 퇴근 후, 좀 전에 어플을 깔고 시도를 했다.



속 뒤집어지는 줄 알았네그랴. 액티브X 폭격은 이해하는데, 공인인증서를 아이폰으로 옮긴 뒤에 인증받고 어쩌고 하는데 엄청 헤맸다. 보안카드 숫자 넣고 확인 누르면, 왜 다시 공인인증서 목록 화면으로 가는거냐? 거기서 또 공인인증서 선택해야 다음 단계로 가더만. 보안카드 숫자를 잘못 넣었다(난 잘 넣는다고 넣었는데, 두 번이나....)고 튕기고, 뭐래더라? 하여간 뭘 찾을 수 없다고 튕기고.

암튼 우여곡절 끝에 계좌내역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는 이 계좌를 이용해서 생활비를 써볼 생각이다. 잔액 확인도 자주 하고 말이지.

그저께는 신한은행에서 모바일 뱅킹 서비스(VM이라고 하던가?)가 새로 나왔다고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건 분께는 미안하지만) 하나은행처럼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만들면 다시 전화하라고 하고 끊었다. 아이폰에도 키보드 보안 뭐 이런 걸 설치하도록 가이드를 만들겠다고 '에헴' 한 분이 있다는데, 주위 사람들이 그 새 조언 좀 해드렸는지 모르겠다. 그 분의 꿈은 참 원대하나, 다들 알다시피 아이폰은 애플에서 만들어서 애초에 탑재해서 나온 어플리케이션 외에는 멀티 태스킹이 안된다. 그러니 보안 삼총사던 사총사던 얘네를 같이 실행하게 할 방법은 없다는 말이다. 그 분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암튼 애플이 바꿔주기 전엔 안된다. 최소한 언론에 대고 저런 말 하기 전에 한 번쯤은 생각을 좀 해보란 말이지. 모르면 쫌 물어보고. 쫌. 영화 '두사부일체'에서 두목 계두식이 등교 첫날 오버하는 부하의 머리를 때리면서 '너는, 시키야, 모르면 물어봐! 쫌! 엉!' 하고 외치던 게 생각나네.

암튼, 결론은 하나은행 계좌 (새로) 만들었다. 체크카드 받으러 갈 때 아직 열려있는 예전 계좌 닫아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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